일상 9

별 헤는 밤 - 심야 버스 안에서

나는 늦은 시간이면 되도록 버스를 타곤 한다. 창가 쪽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 수많은 별들이 내게로 쏟아지는 기분을 느끼며, 조금은 차가워진 창문이 나를 기분 좋게 한다. 오늘은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길 희망하며, 가방을 끌어 앉은 채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매일 듣는 노래를 다시 재생하며 세상에서 나의 시간을 멈춘다. 첫 번째 별에는 도심의 오늘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강 아래의, 서울에서 가장 바쁜 지역의 꺼지지 않을 빛들과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건물들을 보면 영원한 찬란함을 약속하는 듯하다. 하지만 바쁜 발걸음 위에 회색에 가까운 그들의 표정은, 멀리서 보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들의 찬란함은 강 아래 빛나는 길거리가 아닌, 오늘 아침의 온기가 남아 있는 집 안에서 볼 수 있는 게 아닐..

일상 2024.03.28

탓 - 잔재

"오늘 점 뺄 수 있나요?" 간호사는 당일 예약은 힘들지만, 점을 몇 개나 뺄 생각이냐고 되물었다. 빼고 싶은 점은 수두룩 하지만 한 개만 이야기하니 빨리 와 달라는 대답으로 전화를 끊었다. 추리닝에 따뜻한 후리스를 하나 걸치고 빠르게 병원으로 향했다. 비가 올 것만 같은 우중충 날씨에 '우산을 갖고 올 걸'이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간단히 인적사항과 점의 위치를 설명하니, 시술 방식을 안내하며 결제를 진행했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흠칫 놀랬지만, 태연하게 안내문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점이 깊어서 앞으로 추가 진료가 필요할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시술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 올해로 나는 아홉수를 맞이했다. 사주는 잘 모르지만, 사주상으로는 삼재의 마지막 해가 되어 각별히 조심하..

일상 2024.03.26

한 끝 차이 - 마치 자전거타기

며칠 전, 재미난 장면을 보게 되어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이 안내판은 '금연권장지역'일까? '흡연권장지역'일까? 하필 구멍도 저기에 뚫려서 배로 더 헷갈린다. 교회에서 세운 안내판이니 당연히 '금연권장지역'이다. vs 교회에 담배연기가 들어오니 여기서 필 수 있도록 지정해둔 '흡연권장지역'이다. 사진으로 이 답을 알 수 있을까? - 우리는 가끔 상황에 맞춰 스스로 결론을 내리곤 한다. 허나 본인의 판단이 틀릴 경우 "아님 말고"를 시전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아니면 목소리를 키우던가. 사람들이 그러는 이유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겠나. 남들 앞에서 창피 당하고 싶지 않고, 틀렸다고 지적 당하고 싶지 않은 방어기제가 발생하는 거겠지. 나는 그래서 빠르게 '인정'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래, 내가 틀렸구나..

일상 2024.03.26

구름 - 나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자기 전 눈앞을 가득 채웠던 어둠은 온데간데없다. 밤새 뒤척이며 그리던 나만의 세상의 그림들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나와 가장 먼 곳으로 숨어버린 듯하다.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을 때면 오롯이 감정들만 남아 심장 한쪽에서 미지근한 온도로 시큰거리고 있다. 해가 중천에 떠있는 시간이 되어서야 노트북과 책 한 권을 들고 신발을 신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않은 채 버스정류장 앞에 섰다. 의자에 앉아 하늘을 보니 밝기도 하고 어둡기도 한 파란 도화지가 펼쳐져 있는 듯하다.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구름들은 하나같이 줄지어서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도망치고 싶어도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고 있다. 도피하고 싶어도, 뭐로부터 도피하는지 모르겠..

일상 2024.03.21

긍정적으로 믿기

내 삶에 있어 굉장히 큰 선택을 했다. 이게 새로운 출발점,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혹은 낭떠러지가 될지 모르지만 변화를 만들어 낸 건 확실하다. 아득한 두려움과 두근거림이 한데 뭉쳐, 어느새 코 앞으로 다가와 있는 듯 하다. 내가 한 마리의 새라면, 알을 깨기 전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그러나 그 세상은 알을 깨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이미 떨리는 두 손을 주체할 수 없지만, 나는 내 알을 깨기 위해 망치를 집어 들어야만 한다.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수 밖에 없다. 그냥 긍정적으로 바라는 수 밖에 없다. 내일은 더 좋을 수 밖에 없을거야.

일상 2024.03.11

2024년, 새해

오랜만에 들어와서 적은 글을 확인해보았다. 2022년 8월. 딱 입사하기 전까지 글을 적고 한 글자도 적지 않은 초라한 블로그를 보니, 과연 잘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취업용 블로그였다.- 인정) 2023년 8월, 광복절 즈음 링크드인에 "잘 하고 있는가?" 라는 글을 적었다. https://www.linkedin.com/posts/%EC%83%81%ED%98%B8-%EB%B0%95-443656243_%ED%9A%8C%EA%B3%A0-%EC%9E%98-%ED%95%98%EA%B3%A0-%EC%9E%88%EB%8A%94%EA%B0%80-%EB%8A%98-%EB%A8%B8%EB%A6%AC-%EC%86%8D%EC%97%90%EC%84%9C-%EC%A7%80%EC%9B%8C%EC%A7%80%EC%A7%..

일상 2024.01.08

정보처리기사 필기 독학 (feat. 시나공, CBT)

7월 6일, 정보처리기사 필기 시험을 보고 왔다. 비전공자로써 CS지식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서 공부를 시작하였는데, 이게 참 쉽지만은 않더라. 모르는 용어는 기본이고, 조금 알겠다 싶었으나 또 어렵게 다가오는 것들이 생각보다 힘들게 했다.😅 결과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번 시험을 시작으로 cbt 시험 형식으로 바뀌어서 시험 보고 나오면 바로 합격/불합격 을 알려주었는데 그 결과에서 합격이 나왔기에 공부했던 것을 적어두려 한다. 0. 정보처리기사 1과목 : 소프트웨어 설계 2과목 : 소프트웨어 개발 3과목 : 데이터베이스 구축 4과목 : 프로그래밍 언어 활용 5과목 : 정보시스템 구축 관리 총 다섯가지의 과목으로 이루어져있다. 주변에서 "대학만 나오면 딸 수 있다던데?" "어렵지 않대 내 친구는 85..

일상 2022.07.11

모던 자바스크립트 Deep Dive

늘 프로젝트를 진행하건, 혼자 작업을 하던 구글링은 나에게 필수였다. 왜냐? 모르는 걸 그냥 구글에 검색하면 다 나오거든. 그러다가 문득 "정말 내가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말은 그럴싸하게 잘 포장할 줄은 아는데 분명히 깊어질수록 내 밑바닥은 금방 드러나겠구나 싶었다. 음악도 하고, 영상도 만들고 그저 하고 싶은 것만 하던 내게 어느새 취업을 해야할 때라는 시기가 다가왔고 이제는 하나에 집중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응용할 줄 알고 혼자 뚝딱뚝딱 얼추 만들 수는 있는데, 사실 보이는게 전부는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더 개발, 코딩에 마음이 갔던 것도 있고. 특히 프론트엔드 분야에서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치면 손목시계도 그냥 동..

일상 2022.05.16

서사

군대를 포함해 약 3년 정도 휴학을 했다. 정확히는 3년 반인가? 음악을 해보겠다고 작곡도 해보고 작사도 해보고, 음원 발매도 해봤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불안함은 가시지 않았다. 뭐 하나 제대로 끝내 놓은 게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19년, 20년 포함해서 일 년 반을 휴학하고 복학한 학교는 원래는 그저 졸업하기 위해 왔었던 기억이 난다. 뭘 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그냥 친구 따라 시간표 짜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보니까 소주도 한잔 먹어야겠고, 돈은 돈대로 없으니까 아는 동생 방에 얹혀살면서 식모살이를 자처하기도 하고. 집주인이었던 그 동생은 학교 연구실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평일에는 늘 학교에 가 있었다. 나는 오전에 게임 좀 하다가 음악 좀 듣고, 또 뒹굴거리다가 올 때쯤 점심 차려..

일상 2022.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