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들어와서 적은 글을 확인해보았다.
2022년 8월.
딱 입사하기 전까지 글을 적고 한 글자도 적지 않은 초라한 블로그를 보니, 과연 잘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취업용 블로그였다.- 인정)
2023년 8월, 광복절 즈음 링크드인에 "잘 하고 있는가?" 라는 글을 적었다.
24년을 준비하며, 한 달이 시작 된지 일주일정도 지난 지금.
다시 한번, "잘 하고 있는가?"
회고
23년을 돌아보니, 많이도 열심히도 하긴 했다.
1월에는 4개월차 되는 꼬꼬마 개발자, 아니 사회초초년생이였다. 열의가 항상 넘쳐 주말이고, 새벽이고 사내 메신저에 새로운 라이브러리니, 현재 상황이니 하면서 공유를 하곤 했다. 어쩌면 열정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무례'를 저지르고 있던건 아니었을지ㅋㅋ
운이 좋게 PM(사실상 Management 랄 것도 없다)이라는 역할을 맡았다. 22년 연매출을 한 두달안에 만들어 냈으니, 좋은 성과도 사실이지만 그저 상황 파악 후 전달이 내 임무였을 뿐이라 운이 좋았고, 회사가 좋은 흐름을 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여러 마케팅 용어들도 배우게 됐으니 많이 배운 시간이 되었다.
봄과 여름부터는 개발팀 중간 리더라는 암묵적인 역할을 받았다. 사실 팀원들 일정 관리에 중간 전달자라는 역할로 필터 역할을 했다고 생각이 든다. 실무는 실무대로, 관리는 관리대로 또 중간마다 팀원들 업무 속도나 진행 사항을 지속적으로 보고해야 하다보니 어느새 내 일에 속도가 붙어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참 경이롭다. 나도 모르게 누칼협 당하고 있었나? 아마 그렇다면 그건 어제의 나였겠지.
리액트 하나 들고 취업전선에 뛰어들던게 엊그제 같은데, 일년이 조금씩 조금씩 지나는 순간에는 React, Next, React Native 까지 하고 있더라. 잘하는건 모르겠는데, 그냥 필요하면 또는 해야하니까 계속 했다. 이젠 할 줄 아냐고 물어보면 할 줄 안다고 대답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조심. 더닝크루거 형님한테 한소리 듣는다.
9월이 지나가기 전, 헬스를 다시 등록했다. 정확히는 PT도 하고 있었으니, 2개 헬스장을 다니게 됐다.
한 개는 회사 근처, 한 개는 PT 받는 곳이 였는데 억지로 운동을 좀 해야 겠다 싶어 주머니에서 지폐 좀 많이 꺼냈다.
억지로 해야한다 생각한 이유로는,
1. 정신상태가 이상하다.
2. 체력이 바닥 그 자체이다.
버팅기다가 아저씨가 다 됐다. 인정당해서 일주일에 4-5회는 꼭 운동 가려고 한다. PT도 돈 끊어 놓으니까 아까워서라도 가게 되더라.
그래서 23년 총평.
존나 열심히 살았다. 한 순간도 최선이지 않은 적 없음.
근데 불안하다. 유튜브로 개발자들 이력서 올라온거 평가해주는 컨텐츠들 보면 (잘잘못을 따지는 평가 아님. 시니어 or 주관적 평가하시는 유튜버분들) "와 쟤네 엄청 했는데도 -" 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뭐 많이 하긴 했는데, 뭐 제대로 하긴 한건가? 또 불안 시작.
이상할 수도 있는 고민이 참 많았는데, 가장 큰 건 나 개발자 맞나? 였던 것 같다. 대충 코드 작성하고, 로직 짜고 api 불러다가 디자인 그대로 css 목업 이쁘게 뽑아서, 순서대로 바인딩하는데 이게 잘하는 건가? 아니 잘하고 있는 건가? 진짜 잘하는 애들은 어떻게 하지? 네카라쿠배당토에서 나랑 같은 연차로 있는 애들은 어떤 생각으로 하루, 일주일, 한달, 일년을 살고 있지? 내 머리속에 지우개 좀 찾아주세요.
새해 목표
0. 몰입
1. 내공쌓기
2. 세상에 던져보기
기본기를 쌓아야한다.
운동하는 최종 목표도 동일하다. 앉아있을 체력이 안되는데 오래 앉아있는 건 의미 없다. 짧은 순간이라도 어떤 집중력을 만들 수 있는냐가 관건이라 생각한다. 짧을 순간들이 점이 되어 꾸준히 찍혔을 때, 비로소 하나의 긴 점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봐야하는 세상은 그렇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야함을 인지하고 있다. 사실 '몰입'이라는 단어는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 중 하나인데 내가 몰입하는 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면 그게 성공에 가깝다고 본다. 10년도, 20년도 더 지나서 몰입하는 하루들을 찍어 나가는 게 또 다른 목표이다.
연말부터 신년까지 참 좋은 말들을 선물 받았다. 내가 얼마나 큰 물고기인지 모르겠지만, 하나씩 잡아먹으러 나가봐야겠다. 먹힐 것 같으면 물고기 무리를 지어서라도 뛰어 들어봐야지. 신발을 신고, 신발끈부터 꽉 매자. 나아가야지.
신년인사로 친구가 건내준 본인의 일기는 두고두고 새겨두려 한다. 이 감사함을 메모광 친구에게 건내며, 모두가 나아갈 수 있는 내일이 되길 바란다.
마음이 한번 괜찮아졌다고 해서 그것이 쭉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올해 얻은 가장 큰 교훈으로 삼고 싶다. 다시 찾아온 혼란에 무너지지 않으려면 노력을 해야한다. 쭉 노력해야 쭉 괜찮을 수 있다. 큰 걱정이 없는 상황에 안도하기보다는 작은 걱정이 있어도 노력해서 보통 이상의 마음을 이어가는 것이 안전하다. 내년에도 달라질 건 딱히 없다. 유지를 위한 노력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것이 고요든지 유머든지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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