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구름 - 나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호상박 2024. 3. 21. 18:21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자기 전 눈앞을 가득 채웠던 어둠은 온데간데없다.

밤새 뒤척이며 그리던 나만의 세상의 그림들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나와 가장 먼 곳으로 숨어버린 듯하다.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을 때면 오롯이 감정들만 남아 심장 한쪽에서 미지근한 온도로 시큰거리고 있다.

 

해가 중천에 떠있는 시간이 되어서야 노트북과 책 한 권을 들고 신발을 신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않은 채 버스정류장 앞에 섰다. 의자에 앉아 하늘을 보니 밝기도 하고 어둡기도 한 파란 도화지가 펼쳐져 있는 듯하다.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구름들은 하나같이 줄지어서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도망치고 싶어도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고 있다. 도피하고 싶어도, 뭐로부터 도피하는지 모르겠어서 도피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냥'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게 된다. 정확히 나도 몰라서. 머릿속에서 눈앞까지 내게 속삭이는 수백 가지, 아니 수천 가지 어쩌면 수만 가지의 단어들이 나를 더 깊은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듯하다. 이제는 그 단어들을 그저 조합하기 위한 노력을 하려 한다. 늪에 빠졌을 때의 동아줄이 되어주길 바라면서.

 

-

 

출근을 하지 않은지 약 2주 정도가 지났다. 일반적으로는 퇴사를 했다고 표현을 하지만.

퇴사 소식을 전하면 모두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직하려고?"

매 순간 당황스럽다. 이직? 퇴사의 조건이 전부 이직인가? 그러면 나는 왜 퇴사했지?

대답 없이 침묵을 유지하고 있으면, 그들은 본인의 이야기, 주변의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어쩌면 설득이 가까운 내용을 듣다 보면 꼭 내가 잘못된 선택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내 선택이 정도라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어제의 나를 과감하게 태워버리는 시도일 뿐이며, 재탄생을 하기 위한 성장통을 겪는 과정에 올라탄 게 아닐까.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예측하며, 내가 생각한 경우의 수 안에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내 인생은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은 것 같다.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것은 전혀 몰랐으니까.

하루는 점에 불과하다. 오늘이라는 점들이 모여, 선을 그리게 될 테고 그 선들이 모여 나라는 그림을 완성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더 좋은 내일이 올 것을 기대하며 당당히 돛을 펴고 파도를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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