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서사

호상박 2022. 3. 2. 12:58

ⓒ Getty Images Bank

군대를 포함해 약 3년 정도 휴학을 했다. 정확히는 3년 반인가?

음악을 해보겠다고 작곡도 해보고 작사도 해보고, 음원 발매도 해봤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불안함은 가시지 않았다. 뭐 하나 제대로 끝내 놓은 게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19년, 20년 포함해서 일 년 반을 휴학하고 복학한 학교는 원래는 그저 졸업하기 위해 왔었던 기억이 난다. 뭘 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그냥 친구 따라 시간표 짜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보니까 소주도 한잔 먹어야겠고, 돈은 돈대로 없으니까 아는 동생 방에 얹혀살면서 식모살이를 자처하기도 하고. 집주인이었던 그 동생은 학교 연구실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평일에는 늘 학교에 가 있었다. 나는 오전에 게임 좀 하다가 음악 좀 듣고, 또 뒹굴거리다가 올 때쯤 점심 차려놓고, 청소해 놓고. 그러고 또 저녁에는 점심에 먹은 반찬에 술 한잔 먹고. 그렇게 한 일주일 정도를 얹혀살고 있을 때쯤이었나, 내가 이렇게만 놀고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음악을 하더라도 뭔가는 만들어 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무작정 동생을 뒤를 따라 연구실에 찾아갔다. 교수님께 뭔지 모르겠지만 배워보고 싶다고, 참여시켜달라고, 열심히 하겠다고 인사를 드렸다. 아마 노란 머리에 귀걸이까지 희한한 놈이 찾아와 뭘 해보고 싶다는데 뭔지를 모른다니, 웃기셨을까 아니면 어이가 없으셨을까. 글쎄, 나도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또 음악처럼 뭔가에 집중하고 싶은 것을 찾았던 것이 아닐까. 그게 20년 12월쯤이었다.

 

자바와 자바스크립트도 구분하지 못한 채 React를 진행했던 첫 프로젝트 이후로 정확한 개념 없이 그저 홈페이지 만들기에만 급급하지 않았나 하는 스스로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자바스크립트, 타입스크립트 파이썬까지 다양한 언어에 대해서 접근은 해봤지만 내가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는 계기도 조금 더 정확하게 알아야겠다 라는 마음 가짐으로 시작 되었다. 결국 기초공사가 되지 않은 건물은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이니까. 조금 더 본질적으로 단단한 사람이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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