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 7

프랑켄슈타인 | 누가 괴물인가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우리는 거대한 괴물의 모습을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우리가 이야기하는 괴물을 만든 사람의 이름이지, 실제론 괴물의 이름은 없다. 그저 괴물이라고 불릴 뿐이다. 그(괴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아서 다음처럼 표기하려한다.)는 세상에 손 잡을 사람 하나 없이 시작한다. 자신을 창조한 아버지라는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도망을 갔으며, 타인의 행복을 위해 뻗은 손을 본 다른 이들은 기겁을 하고 배척하기 급급하다. 그는 자신의 창조주인 빅터에게 자신과 같이 어울릴 신부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나, 결국 이는 성사되지 않는다. 빅터를 미워했지만, 사랑했으며 결국 그가 죽었을 때 가장 슬퍼한 사람이다. 본인을 이해하고, 인간을 이해할수록 그는 사랑을 갈구..

별 헤는 밤 - 심야 버스 안에서

나는 늦은 시간이면 되도록 버스를 타곤 한다. 창가 쪽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 수많은 별들이 내게로 쏟아지는 기분을 느끼며, 조금은 차가워진 창문이 나를 기분 좋게 한다. 오늘은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길 희망하며, 가방을 끌어 앉은 채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매일 듣는 노래를 다시 재생하며 세상에서 나의 시간을 멈춘다. 첫 번째 별에는 도심의 오늘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강 아래의, 서울에서 가장 바쁜 지역의 꺼지지 않을 빛들과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건물들을 보면 영원한 찬란함을 약속하는 듯하다. 하지만 바쁜 발걸음 위에 회색에 가까운 그들의 표정은, 멀리서 보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들의 찬란함은 강 아래 빛나는 길거리가 아닌, 오늘 아침의 온기가 남아 있는 집 안에서 볼 수 있는 게 아닐..

일상 2024.03.28

데미안 |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

직장인들은 늘 사직서를 마음에 품고 산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은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냐’는 갈림길에 서있던 시기에 만났다. ​ 동네에 꽤 큰 카페에서 사촌 누나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다른 별 고민과 의도 없이, 그저 가족이라는 단어로 만나 가벼운 일상 대화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요즘 문제없지?”라는 질문에, 머릿속에 쏟아지는 단어들을 누나에게 뱉어내면서 급격하게 무거워졌다. ​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만나 크로머와 술로 피폐한 삶 등 다양한 어두운 모습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때 데미안은 아브라삭스를 언급하면서, 하나의 편지를 쓴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

탓 - 잔재

"오늘 점 뺄 수 있나요?" 간호사는 당일 예약은 힘들지만, 점을 몇 개나 뺄 생각이냐고 되물었다. 빼고 싶은 점은 수두룩 하지만 한 개만 이야기하니 빨리 와 달라는 대답으로 전화를 끊었다. 추리닝에 따뜻한 후리스를 하나 걸치고 빠르게 병원으로 향했다. 비가 올 것만 같은 우중충 날씨에 '우산을 갖고 올 걸'이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간단히 인적사항과 점의 위치를 설명하니, 시술 방식을 안내하며 결제를 진행했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흠칫 놀랬지만, 태연하게 안내문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점이 깊어서 앞으로 추가 진료가 필요할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시술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 올해로 나는 아홉수를 맞이했다. 사주는 잘 모르지만, 사주상으로는 삼재의 마지막 해가 되어 각별히 조심하..

일상 2024.03.26

한 끝 차이 - 마치 자전거타기

며칠 전, 재미난 장면을 보게 되어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이 안내판은 '금연권장지역'일까? '흡연권장지역'일까? 하필 구멍도 저기에 뚫려서 배로 더 헷갈린다. 교회에서 세운 안내판이니 당연히 '금연권장지역'이다. vs 교회에 담배연기가 들어오니 여기서 필 수 있도록 지정해둔 '흡연권장지역'이다. 사진으로 이 답을 알 수 있을까? - 우리는 가끔 상황에 맞춰 스스로 결론을 내리곤 한다. 허나 본인의 판단이 틀릴 경우 "아님 말고"를 시전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아니면 목소리를 키우던가. 사람들이 그러는 이유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겠나. 남들 앞에서 창피 당하고 싶지 않고, 틀렸다고 지적 당하고 싶지 않은 방어기제가 발생하는 거겠지. 나는 그래서 빠르게 '인정'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래, 내가 틀렸구나..

일상 2024.03.26

구름 - 나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자기 전 눈앞을 가득 채웠던 어둠은 온데간데없다. 밤새 뒤척이며 그리던 나만의 세상의 그림들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나와 가장 먼 곳으로 숨어버린 듯하다.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을 때면 오롯이 감정들만 남아 심장 한쪽에서 미지근한 온도로 시큰거리고 있다. 해가 중천에 떠있는 시간이 되어서야 노트북과 책 한 권을 들고 신발을 신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않은 채 버스정류장 앞에 섰다. 의자에 앉아 하늘을 보니 밝기도 하고 어둡기도 한 파란 도화지가 펼쳐져 있는 듯하다.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구름들은 하나같이 줄지어서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도망치고 싶어도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고 있다. 도피하고 싶어도, 뭐로부터 도피하는지 모르겠..

일상 2024.03.21

긍정적으로 믿기

내 삶에 있어 굉장히 큰 선택을 했다. 이게 새로운 출발점,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혹은 낭떠러지가 될지 모르지만 변화를 만들어 낸 건 확실하다. 아득한 두려움과 두근거림이 한데 뭉쳐, 어느새 코 앞으로 다가와 있는 듯 하다. 내가 한 마리의 새라면, 알을 깨기 전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그러나 그 세상은 알을 깨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이미 떨리는 두 손을 주체할 수 없지만, 나는 내 알을 깨기 위해 망치를 집어 들어야만 한다.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수 밖에 없다. 그냥 긍정적으로 바라는 수 밖에 없다. 내일은 더 좋을 수 밖에 없을거야.

일상 2024.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