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늦은 시간이면 되도록 버스를 타곤 한다. 창가 쪽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 수많은 별들이 내게로 쏟아지는 기분을 느끼며, 조금은 차가워진 창문이 나를 기분 좋게 한다. 오늘은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길 희망하며, 가방을 끌어 앉은 채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매일 듣는 노래를 다시 재생하며 세상에서 나의 시간을 멈춘다. 첫 번째 별에는 도심의 오늘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강 아래의, 서울에서 가장 바쁜 지역의 꺼지지 않을 빛들과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건물들을 보면 영원한 찬란함을 약속하는 듯하다. 하지만 바쁜 발걸음 위에 회색에 가까운 그들의 표정은, 멀리서 보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들의 찬란함은 강 아래 빛나는 길거리가 아닌, 오늘 아침의 온기가 남아 있는 집 안에서 볼 수 있는 게 아닐..